○ 재판장 대법원장
지금부터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오늘 선고할 사건은 형사사건 1건입니다.
2018도5475 특수상해미수 등
피고인 ○○○ 씨, 상고인 피고인입니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폭행 및 특수상해미수로 공소가 제기된 사건입니다.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고,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법 제25조 제2항에 띠라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해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여 형을 정하였습니다.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고하였습니다.
상고심의 주된 쟁점은, 형법 제25조 제2항과 같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 임의적 감경에 관한 현재 판례와 실무의 해석이 타당한지 여부입니다.
현재 판례와 실무는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법관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재량 내지 권한을 가진다고 해석합니다. 나아가 임의적 감경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고 법관이 그에 따라 징역형에 대해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상한과 하한 모두 2분의 1을 감경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현재 판례와 실무의 해석은 여전히 타당하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입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은 법률상 감경의 방법, 내용, 사유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법정형을 정해두고, 법정형에 대해 법률상 가중·감경 및 작량감경을 통해 최종적인 처단형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법률상 감경이든 작량감경이든 형을 감경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55조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법은 필요적 감경의 경우에는 문언상 형을 ‘감경한다’라고 표현하고,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문언의 의미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는 임의적 감경의 경우 정황 등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감경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그 권한 내지 재량을 법관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한편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의 문언상 유기징역형을 감경할 경우에는 법정형의 장기와 단기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여야 하므로, 유기징역형에 대한 법률상 감경을 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것과 달리 장기 또는 단기 중 어느 하나만을 2분의 1로 감경하는 방식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임의적 감경 사유가 당해 범행의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범행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양형조건들에 대한 고려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아울러 법관이 양형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형종을 선택하거나 작량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상, 법관이 처단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최종 선고형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임의적 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법리적·논리적으로 잘못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형법은 개별 범죄의 처벌에 관하여 여러 형종과 넓은 범위의 형량을 규정한 뒤, 법관에게 형종의 선택, 작량감경, 최종 선고형의 선택 등에 관하여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양형 과정에서 법관에게 주어진 많은 재량들을 고려하면, 임의적 감경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 내지 재량이 법관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상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 봅니다.
원심은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하여 형법 제25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미수감경을 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적법합니다. 그리고 피고인의 양형부당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과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그중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임의적 감경에 대한 현재 실무를 유지하려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즉,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실제 의사과정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동일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들에 대해 법관의 재량에 의한 처단형의 차이가 발생하며, 임의적 감경에 관한 법관의 재량이 적절히 행사되기 위한 재량통제에 관한 논의는 전혀 되지 않고 있고, 입법자가 단계적인 법률상 감경 제도를 마련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의적 감경에 대한 현재 실무는 재판의 판단구조에 반하는 방식으로서 형법 제56조에 위반되고,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처단형이 불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누락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문제, 임의적 감경을 하지 않은 처단형의 하한으로 선고된 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와 관련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문제, 처단형의 범위가 분절되어 처단형의 최상한과 최하한 사이에 선고형을 선택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의적 감경은 감경을 ‘하는 경우의 범위’와 ‘하지 않는 경우의 범위’ 모두에 걸쳐서 선고형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이는 두 경우의 범위를 합하여 처단형을 정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간단히 법정형의 하한만 감경된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론에 따른 임의적 감경 방식에 따르면 법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없이 처단형 범위가 ‘당연확정’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판결서의 법령의 적용에 항상 그에 관한 기재를 하여야 하고, 나아가 피고인이 임의적 감경사유를 주장하면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에 따라 유죄판결에는 그에 대한 판단이 기재되어야 합니다.
임의적 감경에 관한 이러한 해석론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보면, 미수감경을 하면서 법정형의 하한만 2분의 1로 감경하여야 하는데 상한과 하한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 것은 잘못이지만,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상으로 오늘의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1. 1. 21. 아래와 같은 사건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 선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 대법원 2018도5475 특수상해미수 등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이기택)
[재생시간 : 8분 18초]
